일본에 간 것은 대학원 때문이었다. 그리고 운이 좋았다. 중위권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담당 교수님은 첫날부터 나에게 논문 주제를 정해오라고 하셨다. 물론 연구 주제는 입학하기 전에 제출했지만, 교수님은 내 주제는 너무 광범위하고 지금의 나에게는 어려우니 내가 대학교 때 쓰던 졸업논문이나 그 관련 연구를 하라고 2주간의 숙제를 주셨다. 당황스러웠다. 논문은 2학년때 정하는 것 아니었어? 나는 석박사 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결국 고민한 것이 독일 표현주의였다. 20세기 이전의 독일 화가라면 뒤러 밖에 없을 뿐더러 그렇게 오래된 작품은 공부하기 어려웠다. 담당 교수님의 연구와도 맞지 않는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파울 클레와 게오르그 리히터인데, 그때는 왜 그게 생각이 안 났을까) 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