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 2

일본생활 2. 대학원, 논문, 에밀 놀데

일본에 간 것은 대학원 때문이었다. 그리고 운이 좋았다. 중위권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담당 교수님은 첫날부터 나에게 논문 주제를 정해오라고 하셨다. 물론 연구 주제는 입학하기 전에 제출했지만, 교수님은 내 주제는 너무 광범위하고 지금의 나에게는 어려우니 내가 대학교 때 쓰던 졸업논문이나 그 관련 연구를 하라고 2주간의 숙제를 주셨다. 당황스러웠다. 논문은 2학년때 정하는 것 아니었어? 나는 석박사 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결국 고민한 것이 독일 표현주의였다. 20세기 이전의 독일 화가라면 뒤러 밖에 없을 뿐더러 그렇게 오래된 작품은 공부하기 어려웠다. 담당 교수님의 연구와도 맞지 않는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파울 클레와 게오르그 리히터인데, 그때는 왜 그게 생각이 안 났을까) 그 중에서..

그냥일상 2018.11.11

일본생활 1. 공식적 이방인

잠시 도쿄에서 살았다. 전부 때려치우고 돌아갈까 하는 마음도 있었고, 막막한 외로움이 두려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나는 적응을 잘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던 것처럼. 일본 생활이 편했다. 왜냐하면 공식적으로 나는 그곳에서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다. Sting의 English in New York에 나오는 가사처럼 a legal alien이었다. 타국에서 그저 나를 보여주기만 하면 되었다. 허들은 낮았다. 한국인은 흔한 편이었기 때문에 한국 대표로서의 기대와 호기심도 많지 않았다. 그저 나는 열심히 내 할일을 하면 되었다. 내 앞에 놓여진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되었다. (그것 만으로도 벅찼다)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 나 역시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 아주 약간의 일본인..

그냥일상 2018.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