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일상 9

황박사님과의 1월 상담 이후.

황박사님과의 상담. 그 동안의 상담과는 다르게 올해 1월 상담은 가슴에 화살이 꽂힌 느낌이었다. 전의 상담들이 생채기였다면 이번에는 훅 들어온 느낌이었다. 무서워서 녹음파일을 듣지 못했다. 말을 나누었던 내용들이 기억이 났지만 그때의 무겁고 답답한 분위기, 머리속에서 복잡하게 뒤섞인 나의 자책들이 생각나서 쉽게 열지 못했다. 한달 후에야 녹음파일을 열었다. 당시의 내 생각과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객관적으로 들을 수 없었다. 나의 참담한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두번 듣고 세번째는 녹취록도 읽었다. 계속 기분이 가라앉았다. 나란 인간은 이렇게 한심하네, 살 가치가 있는 건가? 난 왜 이렇게 오만하면서도 어린아이같고 멍청할까? 오늘 잠시 내가 최근에 고민하는 것 중 하나를 생각해 보았다. 왜인지 누군..

그냥일상 2022.02.23

[WPI] 2020. 2. 15 로맨로맨 WPI 소모임

- 장소: 사당역 호프집- 인원: 4명 (날라리, 최상, 로에, 로엠)- 시간: 7시~11시 1. 잡담 로엠님을 기다리면서 셋이서 수다. 사실 내가 뭔 소리를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사람을 처음 만나거나 모임에 나갈 때는 일부러 텐션을 좀 높여 놓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무슨 말을 했는지 솔직히 잘 기억이 안 난다. -_-; 아무말 대잔치했나 보다. 그래서 다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휴먼이나 릴레이션이 높은 줄 안다. (둘다 엄청 낮다) 하지만 바로 그 전날 친한 친구 '골골이'를 만나서 이야기할 때의 나는 (적어도 내 생각에는) 좀 텐션이 다르다. 어쨌든 로맨과 아이디얼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2. 모임 주제_자신의 롤모델 날라리님: 서태지, 대학에서 짤린 황모 박사님(ㅋㅋ), 유시민, ..

그냥일상 2020.02.18

[WPI] 2019. 12. 21 책과 영화와 WPI

날라리님과는 종종 만나서 wpi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번에는 왠지 그냥 세상한탄하는 게 싫어서 주제를 정하고 싶었다. 이야기했던 내용들을 생각나는 대로 끄적여 본다. - 장소: 사당역 호프집 - 인원: 2명 (날라리, 최상) 1. 프롤로그_잡담 날라리님(로맨-에이전트)이 상담하시는 분과 경기 남부 스터디 그룹을 만드실 예정. 어떤 스터디그룹이 될지는 목적과 컨셉은 필수라고 생각이 되나 추후 좀더 정리가 필요함. 이 스터디그룹을 통해 '무엇을 할 건지'를 먼저 정하는 것고, 그 후에 확장하는 것으로 하자. 최상(에이전트-아이디얼)의 주변에는 로맨티스트가 거의 없다. 거의 안 만나는 남동생 정도? 보통 아이디얼은 로맨티스트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사실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 듯) 내 경우에도 로맨이 징징..

그냥일상 2019.12.23

파울 클레, 황금물고기,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그림

한 무리의 젊은 사람들이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저들은 행복해서 다행이야.'문득 나는 같이 웃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 걸까, 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러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가상인물들은 스토리 안에서 모두 조연이었다. 주인공의 친구, 주인공의 형제, 자매, 이웃. 내 스토리 상에서 주요인물들은 메인 스토리의 외전이라는 전제가 항상 붙어 있다. 그렇다면 나는 주인공으로 내 삶을 못 살고 있다는 의미일까? 상상속의 나를 대변하는 페르소나 조차 조연을 담당하며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이 아쉬운 걸까? 하지만 조연으로서의 인물은 자신만의 인생이 있다. 그들은 실상 주인공을 돕거나 서포트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만의 주관성에 의한 것이다. 다만 누구의 논점에서 보느냐가 문제일..

일본생활 2. 대학원, 논문, 에밀 놀데

일본에 간 것은 대학원 때문이었다. 그리고 운이 좋았다. 중위권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담당 교수님은 첫날부터 나에게 논문 주제를 정해오라고 하셨다. 물론 연구 주제는 입학하기 전에 제출했지만, 교수님은 내 주제는 너무 광범위하고 지금의 나에게는 어려우니 내가 대학교 때 쓰던 졸업논문이나 그 관련 연구를 하라고 2주간의 숙제를 주셨다. 당황스러웠다. 논문은 2학년때 정하는 것 아니었어? 나는 석박사 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결국 고민한 것이 독일 표현주의였다. 20세기 이전의 독일 화가라면 뒤러 밖에 없을 뿐더러 그렇게 오래된 작품은 공부하기 어려웠다. 담당 교수님의 연구와도 맞지 않는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파울 클레와 게오르그 리히터인데, 그때는 왜 그게 생각이 안 났을까) 그 중에서..

그냥일상 2018.11.11

루소, 모네, 로스코 그리고 RP의 사무실

RP는 리얼리스트 여성 CEO이다. 3개국어를 하는 지성, 카리스마, 미모, 좋은 집안을 가진 외부에서 보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이다. 그녀의 사무실은 그녀처럼 아담하고 독특하다. 값나가 보이는 모던한 장식품들이 산재해 있고 어두운 파란색으로 페인트칠한 사무실 벽은 보통의 회사와는 다른 느낌이다. 손님으로써 사무실 가운데를 차지하는 작은 원형 테이블에 앉으면 세 점의 그림이 보인다. 먼저 앙리 루소가 가장 눈에 띈다. 당연한 일이다. 앙리 루소의 그림은 이국적이며 매혹적이다. 검은색으로 칠해진 정글, 마치 밤의 정글 같은 그의 작품은 이 사무실에 잘 어울린다. RP가 잘 입는 검은색 원피스와도 상통한다. 루소는 확실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평일에는 세관의 일을 하고 주말에만 그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