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gy Pop의 Lust for Life가 먼저 생각나는 영화. 거침없이 달리던 그들이 중년이 되어 돌아왔다. 두근거렸다. 내 10대의 최고 영화로 꼽았던 트레인스포팅이 2번째로 돌아 오다니. 감독이 바뀐 것도, 배우가 바뀐 것도 아니다. 아아 달라진 건 대니 보일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붙은 거구나.
암스테르담으로 떠났던 마크는 심장발작이 일어난 뒤에 고향을 찾아 에딘버러로 돌아 온다. 그리고 T1에서 가지고 튀었던 돈을 가지고 돌아온다. 그간의 물가 상승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마크. ㅎㅎ 게다가 에딘버러는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할 수 없는 도시가 되었고 동유럽에서 온 아가씨들이 에딘버러의 관광객을 환영하는 (여러가지 의미로) 장소가 되었다.
어머니는 일찍이 돌아가셨고, 그의 방은 떠날 때 그대로이다. 맞다. 그 소름끼치는 아기가 천장을 돌아다닌 (식보이의 아기였음) 그 방이다. 기차들이 마치 벽돌처럼 표현된 것이 마치 감옥 같다.
LP판을 트니, Iggy Pop의 Lust for Life가 나온다. 그는 듣지 못하고 그냥 꺼버린다. 그의 과거를 후회하는 걸까. 하지만 그는 어떤 상황이었어도 똑같이 행동했을 거야.
새로운 캐릭터 베로니카. 그는 식보이의 비즈니스 파트너이다. 그나마 제정신인 인물이다.
아아, 다이앤. 클럽에서 마크를 만나고 집으로 데려갔던 고딩이 이렇게 변호사가 되었다. 다이앤은 마크를 아직도 원했고 마크 역시 마찬가지지만 마크 렌튼은 둘 사이의 계층차이를, 삶의 차이를 알고 있다. 단순히 빈부의 격차가 아니라 인생을 사는 방식이 전혀 다른 것이다. 원하지만 가질 수 없는 두 사람....
처음에 이 영화를 볼까 말까 살짝 고민했다. 트레인스포팅 1이 가지고 있던 내 환상, 내 추억을 더럽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배우들은 20년동안 나만큼이나 늙었다. 얼굴의 주름살, 회색빛으로 변한 또는 숱이 옅어진 머리, 후덕해진 몸매. 그들을 보며 나의 나이 듬을 비참하게 여길까봐 무서웠던 것도 있다.
하지만 점점 나는 그들에게 다시 빠져들었다. 대학교 때 엄청 웃기고 유치한 오빠들이 나이 들고 애들도 한둘씩 생겨서 삶에 찌든 모습으로 다시 동문회에 나온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지만 술 한두잔 걸치다 보니 다시 그때의 그 웃긴 오빠들도 돌아온 그리운 기분.
겉모습은 변했지만 속은 변하지 않았어. 우리 각자의 삶이 좀더 복잡해졌고 나와 타인을 돌아 볼 수 있을 만큼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 우린 유치하고 막무가내지. 웃겨서 죽을 것 같은데 눈물이 난다. 마음 한 구석이 짠해진다. 누구에 대한 연민도 아니야. 그저 그때 그 시간이 그리울 뿐이야.
여자들을 모아 사우나를 만들겠다는 계획, 프랭코가 마크를 죽이겠다는 계획들이 엎치락 뒤치락한다. 그리고 스퍼드, 다니엘은 글을 쓰고 마크는 여전히 에딘버러 시내를 달린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마지막 시퀀스. 마크는 음악을 튼다. Lust for Life를 배경으로 춤을 춘다. 트레인스포팅 1의 마크는 약에 취해 쓰러졌다면, 이제 46살의 그는 쓰러지지 않고 춤을 춘다. 아주 작고 작은 그의 방에서 다시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음악도 다 마음에 들었다. 그 옛날 들었던 음악들을 다시 들었다. 10대때 미친 듯이 들었던 음악들의 느낌이다. 최근의 내 자신을 사랑하라, 나는 잘났어와 같은 그런 내용이 아니라 정말 쓰레기같은 현실을 비꼬듯이 읊어 나가는 그때의 그 꾸밈없는 음악들. 온갖 상업적인 멍청함이 가득했던 MTV스러운 음악들.
중간에 이완 맥그리거가 노래하는 장면도 좋았다. 나는 그가 노래하는 것이 좋다. 정말 배우처럼 노래한다. 가수처럼 매끄럽게 부르는 것이 아니라 배우답게 솔직하게 노래를 한다.
트레인스포팅의 그들은 나이 들었다. 하지만 추하지는 않다. 피해의식도 없다. 그저 그들은 삶을 살아간다. 그들이 아는 방식으로.
1. 어빈 웰시과 이야기하고 찍은 건가 싶었는데, 총감독에 어빈 웰시 이름이 있다. 그럼 그렇지.
2. 한번의 기회가 있고 배신이 일어난다. 이거 대니 보일 데뷔작은 쉘로우 그레이브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흠. 스포일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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